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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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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흑점 연구와 태양 자전에 관한 논증

저자 조장현 연도 2020 지도교수 홍성욱

초록


본 논문은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수학자 및 천문학자이자 철학자였던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어떻게 태양의 자전을 증명했는지 살펴본다. 특히 그의 저작 『흑점에 관한 편지』와 『물속의 물체에 대한 논설』을 중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갈릴레오가 흑점 관측 자료와 흑점의 위치에 관한 수학적 논증만으로 태양 자전의 결론에 도달했다고 본 기존 연구와는 달리 그가 그러한 수리과학적 요소 이외에도 여러 자연철학적 요소를 도입해서야 태양 자전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음을 밝힌다. 우선 갈릴레오는 16세기 말부터 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 우주체계의 대안으로 부상했던 유체우주설의 배경 아래, 태양을 지구에 비유하여 유체의 성질을 가진 “대기”가 흑점을 포함한 채 태양을 둘러싸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갈릴레오는 고체와 유체의 구조와 성질 규명을 목적으로 수립한 자신의 물질 이론을 태양 자전 논증에 적용했다. 유체에는 “응집성”이 없으므로 흑점의 관측상 규칙적인 운동이 태양의 자전으로부터 올 수밖에 없고 태양과 대기 사이에는 “친화성”이 존재하므로 태양의 운동이 대기로 전달되기 때문에 태양 자전의 결론이 도출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렇게 갈릴레오가 태양 자전을 주장하기 위하여 흑점의 관측 자료와 이에 기초한 수학적 논증 이외에도 유체우주설, 태양의 대기, 물질론 등의 자연철학적 요소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보이는 것이 본 논문의 일차적인 목적이다. 더 나아가 기존 연구자들이 갈릴레오가 남긴 사료를 충실히 독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넘어, 갈릴레오가 이룩한 중요한 혁신인 자연철학과 수학의 융합이 충분히 이해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본 논문의 이차 목적이다. 기존 연구가 관측과 수학 논증만으로 갈릴레오가 태양 자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았다는 점은 그동안 주로 갈릴레오를 수리과학의 중요성이 증진하던 시기인 이른바 과학혁명기와 관련하여 다룸으로써 그의 작업에서 대체로 수학자로서의 실천이 강조되었다는 사실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본 논문이 보여주듯이, 갈릴레오는 관측과 수학 논증 이외에도 여러 자연철학적 담론을 도입해서야 태양이 자전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는 갈릴레오의 태양 자전 논증 속에서 수리과학과 자연철학이라는 두 분과 사이에 존재했던 엄격한 경계선이 흐려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태양의 자전이라는 결론은 갈릴레오가 두 분과 사이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관측 및 수학적 논증이라는 수리과학적 요소와 우주설 및 물질 이론과 같은 자연철학적 요소를 엮어 만들어냈던 혼종적 분과의 산물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