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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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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의 기술정치 : 한국 중·경수로 핵연료 국산화 사업의 전개, 1976-1989

저자 박예슬 연도 2021 지도교수 임종태

국문초록

이 논문은 한국의 원자력 기술도입을 주도했던 한국전력주식회사와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참여한 중·경수로 핵연료 국산화 사업의 전개 양상을 분석한다. 1980년대 정부주도형 거대과학 프로젝트였던 이 사업은 냉전이라는 국제정세 아래 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수입해야 했던 한국의 상황과 수입된 기술을 어떻게 ‘국산화’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던 한국 원자력 과학·기술자들 사이의 논쟁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업의 주요 행위자인 한국전력과 한국원자력연구소는 1960-80년대 핵무기 개발, 원전 도입 등 한국이 처했던 정치적 상황 속에서 두 기관이 직면했던 서로 다른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기관 나름의 이념적·정치적 지향을 만들어나갔다. 구체적으로 한국전력은 전력생산 단가절감을 최우선의 목표로 생각했고, 한국원자력연구소는 핵무기 개발을 뒷받침할 독자적인 기술력을 기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두 기관의 상이한 지향은 1980년대 핵연료 국산화 사업에서 무엇을 ‘국산화’라고 부를 것인지에 대한 차이로 이어졌는데, 이는 국내 원전산업에서 주도권을 얻기 위한 두 기관의 경쟁 과정에서 첨예한 쟁점으로 비화했다. 한국에너지연구소(한국원자력연구소)는 외국기업의 참여를 배제한 국내에서의 독자개발을 국산화라고 이해한 반면, 한국전력은 외국기업의 참여와 관계없이 국내에서의 연료생산을 국산화라고 이해했다. 이처럼 국산화라는 개념은 기관의 이념과 의도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탄력적인 개념이자 1980년대 원전 사업에서 기관의 입지를 보장해주는 일종의 이념적 교두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