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초록
이 논문은 극장을 벗어난 공연을 매개하는 매체 및 정보 기술에 대해 창작자들이 기술의 사용자로서 갖는 견해를 분석한다. 탈극장 형식을 취하는 온라인 극장과 장소특정적 공연 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여 공연 제작 과정 및 관련 창작자 인터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매체 및 정보 기술이 탈극장 공연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공연 창작자를 비롯한 인간 행위자 및 무대 기술이라는 비인간 행위자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지 SCOT, ANT, 재매개론을 적용하여 해석한다. 아울러 이러한 탈극장 공연이 기존의 실연 공연이 제공했던 모임의 기능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검토한다.
탈극장 공연에 참여한 창작자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공연의 본질, 공연 제작 계기, 기술 이해도, 공연 제작 방식 등에 따라 매체 및 정보 기술에 대해 상이한 견해를 보였다. 관객과 실연자가 대면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공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라이브니스와 현존을 공연 예술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는 창작자들은 공연 영상화 기술을 공연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불완전한 기술로 여겼다. 반면 공연의 영상화를 추진했던 창작자들은 해당 기술을 실연 공연이 제공하지 못하는 장점들을 제공하며 관객 저변 확대, 공연 이해도 증진, 경제성 향상에 기여하는 유용한 기술로 인식했다. 마지막으로 장소 특정적 공연을 제작한 창작자는 비매개를 통한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개발된 매체 및 정보 기술을 전유하여 관객의 감각을 분산하고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목적으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전유 과정에서 매체 및 정보 기술은 공연의 우발성을 증가시키는 능동적 행위자로 기능한다.
창작자들이 기술에 거는 기대와 기술의 성공적인 번역을 위해 제시하는 방안은 탈극장 기술의 네트워크가 대상 공연들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 행위자들 간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상호 수렴하는 방식으로 계속 변화해 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서로 다른 경험과 이해관계를 가진 관객의 적극적인 개입은 기술과 공연 예술의 상호구성을 통한 공변화를 촉진한다. 탈극장 공연의 연극성 담지 여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렇지만, 공연 예술이 사회·기술적 변화와 함께 지속해서 변모해 왔듯이 탈극장 공연은 신체적 공동 현존을 통한 정동이 아닌, 인간·비인간의 어셈블리지를 통한 관계적 사고 확장으로 모임의 기능을 재정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