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초록
본 논문에서는 증거에 의한 이론의 미결정성 논제(이하 미결정성 논제)가 방법론적 상대주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좋은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라우든의 논변을 재검토한다. 미결정성 논제는 과학의 합리적 방법론을 수립하려는 기획에 대한 상대주의적 도전의 핵심 논증을 구성한다고 여겨진다. 미결정성 논제의 요지는, 증거 또는 관찰 진술은 과학적 탐구의 과정에서 어떤 이론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확정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라우든은 미결정성 논제의 함의가 상대주의자들에 의해 과장되어 해석되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미결정성 논제에는 다양한 종류와 강도의 버전이 있는데, 방법론적 상대주의자들은 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않고 논증을 전개했기 때문에 강한 미결정성 논제를 적절히 옹호하지 않은 채로 이로부터 도출되는 상대주의적 귀결을 수용하는 오류를 범했다.
나는 상대주의에 대한 라우든의 비판이 제한된 효과만을 가질 수 있음을 보인다. 그의 논의에는 서로 구분되는 차원의 방법론이 얽혀 있는데, 어떤 방법론에 대한 상대주의자인지에 따라 주장과 논증도 상이할 수 있기에 라우든의 비판이 각각의 상대주의에 잘 적용될 수 있는지 세심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의 비판이 이론 평가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으로 독해될 경우 첫째, 그의 비판은 합리성에 대한 부당 가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둘째, 그의 주장과 달리 강한 미결정성 논제를 옹호하지 않더라도 방법론적 기획의 의의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입장의 상대주의가 성립할 수 있다. 그의 비판이 이론 추구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으로 독해될 경우, 강한 미결정성 논제에 의존하지 않고 더 약한 미결정성 논제를 통해 상대주의를 옹호할 수 있는 논증을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미결정성 논제가 상대주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라우든의 진단은 성급한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