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정책 재이전(Policy Retransfer)의 사례로 한-베과학기술연구원(VKIST) 설립지원 사업을 검토한다.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추진된 이 개발협력 사업은 국가 간 경계를 넘어 다세대에 걸쳐 이루어진 정책 이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세 국가(미국, 한국, 베트남)의 서로 다른 연구기관(바텔기념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베과학기술연구원)이 관여한다. 이 연구에서는 ‘정책 재이전’을 새롭게 개념화하며, 이를 세 개 이상의 개별 주체를 거쳐 연속적으로 정책이 이전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특히, 초기 정책 수용자(policy borrower)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정책 제공자(policy lender)로 전환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1960년대 바텔기념연구소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으로 핵심 요소들이 처음 이전된 후 다시 한-베과학기술연구원으로 재이전되는 흐름을 분석하여 정책 재이전 과정이 내포하는 복잡성을 규명한다. 한-베과학기술연구원 설립지원 사업은 정책 재이전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이전된 정책 요소의 유지와 현지 적응 간의 긴장 관계를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연구소의 임무, 계약기반 연구 시스템과 같은 운영 구조, 그리고 인프라 등은 세 세대에 걸친 재이전 과정에서도 잘 유지되었다. 하지만, 베트남의 고유한 사회적·제도적 환경으로 인해 독립적인 비영리 조직 및 계약 기반 고용 구조와 같은 다른 요소들은 상당한 조정을 거쳤으며, 그 결과 한-베과학기술연구원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등 재이전된 정책의 주요 요소 일부가 희석되었다. 이는 정책 재이전 과정에서 핵심 요소의 연속성과 현지 맥락에 대한 적응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주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정책 재이전 과정에서 핵심 요소의 지속성을 적절히 유지하면서도 수원국의 사회·제도적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조정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이 연구는 정책학과 개발학 분야에서 다음과 같은 학문적 기여를 제공하고자 한다. 첫째, 정책 재이전 개념과 분석 틀을 제시함으로써 정책학 분야의 논의를 확장한다. 둘째, 한-베과학기술연구원 사례를 통해 정책 재이전 개념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한국과 같은 신흥 공여국이 개발협력 과정에서 정책 재이전의 복잡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교훈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이전 관점에서 개발협력 프로젝트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정책학과 개발학 간의 학문적 연계를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