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한국에서 체세포 핵이식 연구를 수행했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황우석 교수와 그의 공동연구팀은 2004년과 2005년에 저명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잇따라 논문을 게재했고 황우석은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부상했다. 스타 과학자 황우석에 대한 열광이 뜨거웠으나 이 연구에서 데이터 위·변조, 부당한 저자 표시, 생명윤리법 위반, 연구비 횡령 등 온갖 유형의 연구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외 과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러한 충격적 사건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로 한국 사회에 연구윤리가 부재했다는 점이 진단되었으며, 이후 각 대학 및 연구기관에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설치되고 연구윤리 강령이 만들어지는 등 한국 사회에 연구윤리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선행연구는 연구윤리의 부재로 인해 황우석 사건이 발생했으나 이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 연구윤리 제도화가 이루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인식은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성찰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으나, 과학/윤리 또는 윤리/비윤리의 이분법을 전제하는 시각을 강화해왔다. 과학은 사실만을 다루는 영역이며 윤리는 이에 따르는 가치 판단을 내린다는 이분법적 인식은 윤리가 과학 지식을 만드는 생산적 요소로 기능한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과학이 윤리적 판단을 정당화한다는 점을 간과하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본 논문은 과학과 윤리가 얽혀있다고 보는 과학기술학(STS) 논의를 바탕으로 황우석 사건을 재조명했다.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 부정행위를 윤리의 부재로 인한 것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생명공학 연구가 사회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윤리적 압력에 의한 것으로 보고, 윤리가 과학적 실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폈다. 또한, 황우석 연구팀이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서 어떤 윤리적 자원들을 동원했는지 설명했다. 황우석 연구팀이 저지른 연구 부정행위를 밝혀내고 정의하는 과정에서 서구 모델의 도입이 한국의 국소적 맥락과 만나 어떤 양상을 보였는지 다루었다. 황우석 사건에서 과학과 윤리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하여, 본 논문에서 활용한 이론적 틀은 공동생산(co-production)과 윤리적 경계작업(ethical boundary-work)이라는 개념이었다. 과학적 실천과 윤리적 규범이 함께 만들어진다는 공동생산의 개념은 줄기세포 연구와 같은 첨단 과학에서 과학과 윤리가 얽혀있는 측면을 드러낼 수 있다. 토머스 기어린이 제안한 경계작업 개념을 확장한 윤리적 경계작업 개념은 과학자들이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를 만들어 자신들의 전문성을 주장한다는 기존 설명과 달리, 과학자가 스스로 윤리적 전문가라고 주장하면서 윤리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새로운 과학자 유형을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통해 황우석 연구팀의 비윤리적 행위를 지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황우석 연구팀이 어떤 방식으로 윤리와 비윤리의 경계를 만들고자 했고 그것이 과학적 실천과 함께 상호작용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했다. 본 논문은 연구의 수행과정에서 연구 의혹에 대한 조사까지 일련의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밝혀냈다. 황우석 연구팀의 줄기세포 연구 경로와 황우석 사단의 형성과정을 살핌으로써, 연구재료인 미성숙 난자를 얻고 윤리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일이 연구 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보였다. 한양대학교병원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 과정과 두 편의 사이언스 논문 심사 과정을 살핌으로써, 이러한 서류 심사에서 해소되지 못한 모호한 쟁점들을 드러냈다.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와 회의자료 등을 살핌으로써,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았던 서울대학교에서 어떻게 강도 높은 조사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 보였다. 법원의 판결문을 살핌으로써, 과학계에서 법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논의의 쟁점이 달라진 점들을 보였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본 논문은 과학과 윤리의 역동적 관계를 살핌으로써 황우석 사건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과학과 윤리가 얽혀있다고 보는 관점을 통해 본 연구는 윤리를 윤리학자의 중립적인 전문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오고자 했다. 과학과 윤리를 각각 분석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연구 부정행위의 구성을 이해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또한, 선행연구가 살피지 못했던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주목받지 못한 행위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특히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가 수집한 증거물과 비공개보고서를 분석함으로써,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의 정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선행연구가 주목하지 않은 서울대학교 소장 교수 등을 인터뷰하여 이들이 황우석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