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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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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개조와 군중 기상과학 : 1950-60년대 중국 농업기상학의 형성과 전개

저자 문지호 연도 2024 지도교수 홍성욱

국문 초록

본 논문은 농업기상학을 중심으로 1950-60년대 중국 현대 기상학의 주요 활동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20세기 중엽 농업기상학 지식이 어떤 환경적, 경제적, 정치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는지 이해하고 이를 통해 농업 중심, 인민 중심의 특성을 띤 마오 시기 과학기술의 한 단면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당대 시급한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정부의 기조에 발 맞춘 마오 시기의 농업기상학은 당대 기상학 연구의 중심에 있던 실행으로 볼 수 있었다.
본 논문의 챕터는 마오 시기에 수행된 농업기상학의 주요 주제들을 시기별로 다루고 있으며,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1950년대 농업기상학 전통이 제도화되는 역사적 배경, 둘째, 환경을 개조할 수 있다고 믿은 과학자들의 주요 활동인 고무나무 플랜테이션, 인공강우 프로젝트. 여기서는 당대 농업기상학이 농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도 기존의 농학자들의 연구와 어떤 점에서 달랐는지, 특히 환경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연구 실천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규명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군중과학의 관점에서 농업기상이 중심이 된 여러 기상화 군중과학 운동 또는 캠페인 활동 등을 살펴봄으로써 마오 시기 과학의 또 다른 핵심 면모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본 연구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마오 시기 농업기상학자들의 연구는 자강의 과학이자, 인민 중심의 군중과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이들의 연구는 당대 마오 정권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를 실천적으로 다루려던 점에서 자강의 과학이었다. 그 중 농업은 사회주의 혁명과 인민의 먹거리 문제 해결 모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었고, 당시 이해관계가 집중된 과학기술 지식의 발전 역시 농업 생산과 긴밀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기상화 군중과학 운동은 마오 시기 사회주의 과학의 또 다른 핵심인 인민 중심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한 점에서 당시의 중심부 과학으로 볼 수 있었다. 이는 소위 마오 시기의 암흑 속에서도 국가-정치의 복합체 내에서 유연하게 활동한 과학자들의 적극성을 포착하는 동시에 이들의 활동 속에 깊은 잔영을 남긴 군중의 모습을 드러내는 새로운 연구 관점을 정립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둘째, 마오 시기 농업기상학 활동은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통제하려는 인정승천(人定胜天) 환경관이라는 거시적 맥락에서 가능했던 사회정치적 프로젝트였다. 본 논문에서 다루는 농업기상학자들의 과학 활동은 국내 정치적 사건과 냉전의 국제정치적 맥락 모두에 영향을 받았으나, 이들에게 가장 결정적인 국면은 환경적 위기와 국내외의 정치적 위기가 교차하는 시점이었다. 1953년의 냉해나 1958-59년의 한재는 환경적, 자연적 재해가 정치적 위기와 포개지며 마오 정권의 안정성이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국면을 초래할 수 있었고, 이 때 환경이라는 비인간적 요인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한 농업기상 전문성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 논문은 기존 정치사에서 구분한 시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마오 시기 과학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기도 한다.
셋째, 상술한 이유로 마오 시기의 농업기상학자들은 주로 탄압의 역사로만 점철된 동시대 여타의 사회적 지식인 집단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갖고 있을 수 있었다. 적어도 본 연구에서 다루는 농업기상학자들은 자신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관심과 간섭의 자장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정치적 민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과학적 전문성을 실증하며 그들의 사회전문적 위치를 인정 받아야 하는 섬세한 줄타기를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본 연구에 등장한 과학자들은 시기마다, 사건마다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마오 시기의 과학적 프로그램들을 비판하기보다 농업기상학의 자연 개조 프로그램과 군중과학 프로그램의 실상을 가능한 한 당대의 시각에서 복원하는 데 있었다. 더불어 논문에서 다루어진 사례들은 억압 속에 있던 기상학이 1967-1976년 문화대혁명기를 지나며 완전하게 무너지고, 198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진정한 과학 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농업기상학을 중심으로 과학자들의 활동이 나름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던 궤적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