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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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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데이터와 책임의 공동 구성 : 데이터의 수행성과 한국의 대기오염 거버넌스

저자 김주희 연도 2024 지도교수 이두갑

국문 초록

본 논문은 과학 데이터의 수행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대기오염 데이터와 오염에 대한 책임의 문제가 공동 구성되고 있음을 주장한다. 특히 2000년대 이래 매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국내 미세먼지 사례에서 오염을 측정하거나 추정한 데이터가 발휘하는 수행성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본 논문은 데이터에 따라 대기오염 거버넌스의 존재 그 자체가 다르게 형성된다는 것을 보인다. 먼저 논문의 전반부에서는 측정 및 추정 데이터의 등가성과 관련한 이슈를 각각 분석함으로써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 그 품질이나 정확성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논문의 후반부에서는 이와 같은 대기오염 데이터가 규제, 정책 평가, 소송 영역에서 오염에 대한 책임의 문제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본 논문의 주장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오염 데이터는 여러 다양한 요소가 맺고 있는 관계의 네트워크를 토대로 얻어진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는 대기오염이나 관련 거버넌스 역시 특정한 방식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즉 대기오염 데이터는 단순히 숫자나 그림 등 기호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차원에서 오염과 관련한 현실 그 자체를 형성해 나가는 수행성을 발휘한다. 둘째, 측정 및 추정 데이터의 역할이나 의미, 특징 등은 모두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위치한 네트워크 속에서 어떤 식으로 수행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맥락에서 추정보다는 측정 데이터가 본질적으로 더 정확하며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당연시하는 경향은 비판적으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은 그러한 경향이 자연에 대한 재현주의적 시각에서 데이터의 사실성을 단선적으로 이해한 결과임을 지적한다. 셋째, 오염과 관련한 여러 책임의 문제는 데이터와 함께 공동 구성된다. 규제를 위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관리할 책임, 대기질이나 건강 영향상 변화에 대한 정책의 책임,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과 같이 다양한 책임의 문제는 그것을 드러내는 데이터가 어떤 관계의 네트워크를 토대로 얻어진 것이냐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즉 책임의 문제는 데이터의 외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데이터와 함께 특정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본 논문의 분석은 대기오염이라는 존재, 과학 데이터, 관련 거버넌스나 책임의 문제 모두가 대기오염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네트워크의 효과이자 결과로서 출현하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나아가 이는 데이터의 문제가 곧 관련 현실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의 문제라는 점에서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의 문제와 언제나 맞물려 있음을 시사한다.